닌텐도 스위치 에뮬레이터 유즈(yuzu), 그리고 3DS 에뮬레이터인 시트라(Citra)가 개발을 중단했습니다.
지난 주에 닌텐도가 고소한 뒤 양사가 합의한 결과인데요.
지난 주, 닌텐도는 닌텐도 스위치 에뮬레이터인 유즈(yuzu)의 개발사인 트로픽 헤이즈(Tropic Haze)를 고소했습니다.
닌텐도의 암호화를 우회하고 불법복제를 조장하였다는 이유이며 개발을 중단하고, 운영권을 넘기며, 손해배상을 할 것을 요구했죠.
지난 번 락픽의 게시 중단 요구를 할 때처럼 DMCA의 보안 우회 금지 조항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유즈가 개조한 스위치에서 추출한 스위치의 암호화 키를 요구한다는 것이고 이를 명시했다는 것이죠.
또한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이 불법적으로 100만번이상 다운로드되었으며 다운로드 링크의 20%는 유즈로 이어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유즈는 유료 후원으로 돈을 벌고 있는데 티어스 오브 킹덤 출시 직전에 후원자가 2배 이상 늘어났다고도 했죠.
이런 이유로 유즈도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트로픽 헤이즈는 주말에 이에 응답하여 변호사를 선임했고 60일 이내에 대응할 것이라고 알려졌는데요.
며칠 만에 회사는 닌텐도와 합의를 했고 240만 달러의 배상금을 내고 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유즈, 유즈 소스코드나 기능을 대중에게 제공, 광고, 판매, 테스트, 복제, 배포 등의 행위와 닌텐도의 기술 조치를 우회하는 기타 소프트웨어나 기기도 금지합니다.
그래서 같은 회사가 만드는 3DS 에뮬레이터인 시트라도 개발을 중단하는 거죠. 스위치와 달리 3DS는 스토어도 중단한 상황이라 불평이 있지만 닌텐도가 들어줄 여지는 없습니다.
회사는 닌텐도, 닌텐도의 콘솔에 관한 열정으로 선의를 가지고 에뮬레이터를 만들었고 해를 끼칠 생각은 없었으나 자신들이 기술 조치를 우회하고 사용하는 걸 허용, 불법 복제를 일으키게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특히 출시 전 유출된 게임으로 게임 구매자와 팬의 경험을 망쳤다는 것에 크게 실망했다는군요.
불법 복제는 회사가 의도한 것이 아니었으며 이런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개발을 중단하고, 사이트와 SNS를 폐쇄하며 이번 일로 불법 복제 근절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6년간 개발하면서 모를 리가 없었기 때문에 불법 복제 운운하는 건 기이한 일이지만 알고 했다고 하는 건 더 좋지 않겠죠.
트로픽 헤이즈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번 고소가 끝까지 가길 바랐을 겁니다.
닌텐도가 소송, 고소, 게시 중단 등을 할 때마다 닌텐도가 근거로 언급하는 DMCA 조항인 보안 조치 우회로 에뮬레이터가 판결을 받은 적은 없기 때문이죠.
지지자는 에뮬레이터가 합법이라는 30년 가까이 된 판결을 믿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특히 저작권에 관한 인식이 다르죠.
그래서 지금은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한 사람이 많아 법원에서 깔끔하게 결정나길 바랐을 겁니다.
하지만 대기업에게 고소를 당하면 꼬리를 내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스카이라인처럼 고소가 무서워 중단하는 사례도 있고요.
특히 유즈는 유료로 얼리 액세스 개발판을 판매하는 등 기술 조치 우회가 아니더라도 잡힐 구석이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을 겁니다.
수상한 짓을 한 상황에서 끝까지 가볼지, 빨리 합의하고 최소한의 손실만 볼지 선택해야하는 상황에서 후자를 선택한 이유죠.
닌텐도도 DMCA로 에뮬레이터가 재판까지 간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툴 여지를 최대한 주지 않기 위해 유즈 측에 기술 조치를 우회하여 DMCA를 위반했다는 점을 명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향후 다른 에뮬레이터 등 비슷한 상황에 대응할 선례를 만든 것이죠. 재판까지 가지 않아서 아직 여지가 남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스위치가 출시한지 7년이 되어가고, 후속작이 나온다는 소문이 파다한 상황에서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이 의아할 수도 있지만 하위호환 때문일 수 있습니다.
소문에 따르면 후속작은 닌텐도 스위치의 게임을 실행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러면 스위치 게임도 계속 팔 수 있다는 의미니까요.
하지만 닌텐도 3DS가 닌텐도 DS의 하위호환 기능을 갖고 있음에도 DS 에뮬레이터를 막지 않았던 닌텐도입니다. 하위호환 때문이라고만 볼 수는 없죠.
단종한 기기는 물론 스위치 초기부터 있던 에뮬레이터와 다른 게임의 유출 때도 반응하지 않은 닌텐도가 움직일 정도로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의 출시 전 유출이 닌텐도의 역린을 건드렸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작년에 예측했듯이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의 유출이 스위치 에뮬레이터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3DS 에뮬레이터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향후 남은 스위치 에뮬레이터는 물론 다른 기기의 에뮬레이터에도 어떤 영향을 끼칠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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