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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추가 정보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라이브 골드 가격 인상 발표 후 급히 철회

by 사과향잉크 2021. 1. 23.

마이크로소프트는 어제 엑스박스의 유료 멀티플레이 서비스인 라이브 골드의 가격을 인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발표 직전에 유출되었긴 했지만 너무나 갑작스럽고 높은 가격이어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6개월 이용권은 39.99달러에서 59.99달러, 3개월은 24.99달러에서 29.99달러, 1개월은 9.99달러에서 10.99달러로 올랐습니다.

6개월 이용권은 거의 2배가 되어 멀티플레이를 하기 위해 1년에 120달러(약 13만원)를 내야합니다.

기존 6개월, 12개월 이용자는 변화 전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3개월 이하의 이용자와 신규 이용자는 훨씬 더 높은 가격으로 구매할 수 밖에 없어 현재 엑스박스 이용자와 잠재적 구매자가 질색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전에도 마이크로소프트는 라이브 골드 12개월 이용권을 삭제하며 가격을 올렸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습니다.

게임패스 발표 이후 게임패스에 집중하며 라이브 골드를 홀대해왔고, 라이브 골드를 포함하는 엑스박스 게임패스 얼티밋 출시 이후에는 눈에 띌 정도였습니다.

게이머들은 이런 식으로 할 거면 라이브 골드를 없애는 게 낫겠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가격을 높여 게임패스를 반강제로 가입하게 만들 줄은 몰랐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강력하게 밀고 있는 게임패스

지금까지 하위호환, 스마트 딜리버리, 플레이 애니웨어 등으로 게이머 친화적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웠기에 게이머들의 배신감은 더욱 컸습니다.

특히 엑스박스와 PC로 게임을 내면서 PC는 멀티플레이가 무료라 엑스박스 게이머들은 계속 차별을 참아왔고, 게임패스 발표 후에는 게임패스에 집중하면서 라이브 골드의 서비스가 예전같이 않아 불만을 가진 사람이 많았는데 터질 게 터진 것입니다.

발표 마지막에는 게임패스 얼티밋에 가입하라고 광고까지 했으니 이유가 너무 뻔했죠.

 

시기도 최악이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경제가 나빠지고, 많은 이들이 집에서 멀티플레이 게임을 즐기는 이 상황에 멀티플레이를 하고 싶다면 돈을 더 내라고 하는 것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요?

이미 크게 성공한 소니도, 현재 가장 잘나가는 닌텐도가 해도 비난을 받을 행위를 가장 상황이 나쁜 마이크로소프트가 했다는 점에서 언론과 게이머 모두 최악의 수라고 보았고 실제로 그러했습니다.

현세대 콘솔은 물론 차세대 콘솔의 시작조차 경쟁사보다 좋지 않았던 엑스박스의 인식은 더욱 나빠졌고 이전부터 저렴하고 달마다 제공하는 게임의 질도 좋았던 플레이스테이션에 PS+에 관심이 쏟아지며 경쟁사의 인기를 높여주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가격 발표 후 소니와 닌텐도의 반응'이라며 트위터에서 인기를 끈 사진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가격 인상 발표 후 14시간만에 인상을 철회했습니다.

플레이어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두루뭉술한 말을 했지만 쏟아지는 비난과 경쟁사로 쏠리는 관심 때문인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엑스박스를 이끌고 있는 필 스펜서는 SNS에서 사과하며 피드백에 감사하고 이런 일로 배운다고 말했습니다.

이게 배워야 아는 일일까요? 현 상황에서 이러한 발표를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아는데 엑스박스 관계자는 아무도 몰랐다는 겁니까?

 

마이크로소프트는 언제나 게이머를 중시한다고 말했지만 결과는 형편없었습니다.

수많은 기대를 모은 게임 발표 행사는 CG로 가득찼고 출시일은 알 수 없었습니다. 자신 있게 공개한 회사 최고 대작은 끔찍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게이머들은 엑스박스 관계자가 기대를 부풀리면 끔찍하고, 아무 말도 없을 때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전세계가 힘든 상황에서 최악의 발표를 하며 또 다시 이미지를 망치는데 성공했습니다.

잘못된 발표를 취소하지 않는 것보다야 100배 낫지만, 뒤늦게 해봤자 이미 나빠진 이미지가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이미 게이머들은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도 돈을 밝히며 지금은 이렇지만 언제라도 돌변할 수 있고, 게이머를 중시한다고 거짓말하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단단히 박혔습니다.

 

 

철회 발표 글에서 단 하나 좋은 부분이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몇 개월 내에 콜 오브 듀티 워존, 포트나이트 등 무료 멀티플레이 게임은 엑스박스 라이브 골드가 필요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소니와 닌텐도는 오래 전부터 시행한 정책으로 같은 무료 게임도 엑스박스에서는 반드시 라이브 골드를 구매해야 플레이할 수 있어 계속 비판받았습니다.

정말 많이 늦었지만 이제 무료 게임을 하려고 돈을 내는 일은 없어질 겁니다.

처음부터 이것만 발표했다면 반응이 좋았을 텐데 심각하게 나빠진 여론을 진정시키려는 글에서 같이 발표를 하니 효과가 떨어지네요.

필 스펜서가 피드백에서 배운다고 말한 것처럼 다음에는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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