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출시한 엑스박스 원은 게임기임에도 게임을 멀리해 실패했습니다.
한국은 2014년 출시했으며 다른 나라보다 매우 비싼 가격이라 해외구매를 해서 세금을 내도 정식 발매 가격보다 저렴했죠.
호기심에 중고로 엑스박스 원을 구매했습니다. 먼저 요약하면 정말 크고, 지금 이걸 살 이유는 없습니다. 가장 저렴한 엑스박스가 필요하다면 엑스박스 원 S를 사세요.
오래된 제품이니 유용한 후기는 많으므로 10년이 지난 지금 느낀 점을 주로 적습니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크기입니다.
물건 크기를 정리한 사이트인 디멘션스(Dimensions)를 보면 위와 같습니다.
최신 엑스박스인 엑스박스 시리즈 X와 비교하면 정사각형인 시리즈 X보다 한쪽 면만 짧고 나머지는 더 깁니다.
7년의 기간이 지나고 성능은 수치상 10배 정도 차이가 나는데 크기가 큰 차이가 없죠.
이렇게 보면 기술 발전이 빠르다고만 생각할 수 있지만 당시 엑스박스 원보다 성능이 좋은 플레이스테이션 4는 전원부를 내장하고도 더 작았기 때문에 그냥 이 제품이 무식하게 큰 겁니다. TV와 키넥트 기능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튼튼한 느낌보다는 낭창낭창한 느낌이 듭니다.
제품의 각 부분이 달라서 그런데 위는 한쪽은 유광, 다른 한쪽은 빗살무늬로 다른데 앞, 옆, 뒤도 각자 다른 부품입니다. 오래되어서인지 이전 사용자가 떨어뜨린건지 삐걱거리기도 하는군요.
빗살무늬는 제품 곳곳에 있고 심지어 어댑터에도 있습니다. 오래된 엑스박스 원만의 특징으로 후속 제품은 없습니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전원 어댑터가 별도로 있는데 닌텐도 스위치보다도 크고 무겁습니다.
기기나 어댑터나 정말 크고 무거운데 더 작은 PS4보다 성능이 낮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만들 생각을 했는지 정말 궁금하죠.
어댑터에는 엑스박스 로고, 쿨러(팬), 전원 상태 LED가 있습니다. LED가 흰색이면 대기 모드, 주황색은 절전모드입니다. 대기모드에서는 계속 쿨러가 돌고 고주파 같은 소리가 납니다.
이 어댑터는 엑스박스 원만 사용하고 이후 제품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후 제품은 전원 장치를 기기에 내장하고 흔히 구할 수 있는 전원 케이블(8자)을 사용하죠.
그래서 어댑터가 고장나면 새 제품을 구하기 어려워 다른 회사가 만든 호환 제품을 사용해야합니다.
제품 아래를 보면 제조일, 일련 번호, 모델 번호, 인증 정보가 있습니다.
2014년 제품으로 엑스박스 원은 2014년 한국에 정식 발매했으니 한국 초기 발매 제품인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 제조했으며 모델 번호는 1540입니다. 2016년 단종한 제품이죠.
가운데에서 약간 오른쪽에 있는 '헬로 프롬 시애틀(HELLO FROM SEATTLE)' 문구가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시애틀 근처의 레드몬드에 있어서 넣은 것이라고 합니다. 처음 이 문구를 넣은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의 MP3 플레이어(혹은 PMP)인 준(Zune)이며 엑스박스는 엑스박스 원에서 시작해 지금까지도 존재합니다.
엑스박스 원은 USB 단자가 3개 있으며 뒤 2개, 왼쪽 1개로 모두 USB 3.0입니다. 이는 시리즈 X도 동일합니다.
왼쪽 USB 위에는 강제 드라이브 배출 버튼이 있습니다. 위치만 다를 뿐 다른 엑스박스도 있는 버튼이죠.
눈에 띄는 특이한 단자는 HDMI IN과 키넥트 단자입니다.
HDMI IN은 TV처럼 엑스박스가 HDMI 신호를 받아들입니다. 다른 기기를 꽂으면 엑스박스로 그 기기를 실행할 수 있죠. TV 셋탑박스를 꽂아서 엑스박스로 TV를 실행하거나 다른 게임기를 꽂아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TV에 집중한 기기다운 기능인데 TV에서 엑스박스와 셋탑박스를 전환하기 귀찮을 때 외에는 한국에서 사용하기 마땅치 않았죠.
해상도가 낮은 기기를 꽂을 경우 업스케일링하여 보여주는데 꽤 괜찮은 성능이라 닌텐도 스위치, PS3, 엑스박스 360 등을 꽂아서 사용하는 사람이 간혹 있습니다.
HDMI IN은 엑스박스 원 X까지 존재했고 시리즈에서 뺐습니다.
키넥트. 초기에는 엑스박스 원이 PS4보다 비싼 이유가 키넥트를 포함해서 팔았기 때문이었죠. 새 키넥트는 꽤 대단했지만 게이머의 마음을 사로잡을 물건은 아니었고 많은 게임이 나온 것도 아니었고 강제로 팔아서 반감도 심했습니다.
결국 나중에는 키넥트를 빼고 판매했고 원 S/X는 키넥트 단자를 빼고 어댑터를 사용했습니다. 시리즈에서는 아예 지원하지 않죠.
키넥트 자체는 문제가 없었지만 잘못된 결정으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키넥트 게임이 엑스박스에서 인기가 컸고 닌텐도가 이 분야에서 계속 성공하는 걸 보면 아쉬운 일이죠.
또 또 기이한 점으로 이전, 이후의 엑스박스 제품과 달리 초기 엑스박스 원은 수평으로만 사용해야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말하길 수직으로 사용하는 걸 상정하지 않고 설계했기 때문에 고장날 수 있다고 합니다. 엑스박스 공식 지원 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는 주의점입니다.
워낙 거대한 제품이라 공간 절약상 세워서 사용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디스크를 사용하지 않고 디지털로만 사용하니 괜찮다는 사람도 있고, 디스크를 쓰는데도 괜찮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품 왼쪽에 있는 USB 단자 역시 수직으로 사용하는 걸 생각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줍니다. 왼쪽을 바닥으로 두면 사용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전원을 켤 때 '드륵'하는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압니다만 엑스박스 원 X, 시리즈 X 등의 제품은 전원을 켤 때 '드륵'하는 소리가 나며 디스크 드라이브를 정렬하는 소리로 알려져있습니다.
한 방향으로만 사용할 수 있으니 디스크 드라이브의 방향을 조절할 필요가 없어서일까요? 아니면 이 소리는 드라이브 때문이 아닌 걸까요?
전원 버튼은 터치로 누르는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시리즈 X|S는 전원 버튼이 투명하며 전원을 켜면 흰색 LED가 켜지는데, 엑스박스 원은 켜기 전에도 흰색입니다.
디스크 빼는 버튼도 터치이며 디스크가 없을 때 누르면 '띠링' 소리가 납니다.
부팅과 종료 소리는 시리즈와 동일하나 상당히 큽니다. 조금 더 청명한 것 같기도?
개인적으로 부팅 화면은 더 깔끔한 것 같습니다. 시리즈는 웅장하고 요란한데 엑스박스 원은 아무 소리 없이 로고가 빛날 뿐이죠.
부팅 시간이든 끄는 시간이든 시리즈보다는 훨씬 오래 걸립니다. 절전 모드로 쓰면 정말 힘들겠어요.
처음 켜자마자 상당히 시끄럽습니다. 8년이나 지난 제품이어서인지 막 켠 상태인데도 굉장한 소음입니다.
서멀을 교체해야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제품은 고질적인 팬(쿨러) 불량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찾아보니 이 제품과 비슷하거나 비싸네요.
서멀 정도라면 투자할 수 있지만 팬까지 교체하는 건 사치인 듯 합니다.
부팅 직후 오류가 나타나는데 업데이트를 하려는데 오류가 있으니 네트워크를 확인해보라고 합니다.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 업데이트를 할 수 없다'는 말을 복잡하게 하는군요.
업데이트를 하지 않고 시작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엑스박스는 인터넷이 필수인 기기이며 처음이어도 예외는 없습니다. 엑스박스가 괜히 인터넷 없는 곳에서 사용하기 가장 끔찍한 콘솔이 아니죠.
인터넷을 연결하니 업데이트를 진행합니다.
설정을 진행하는데 시리즈 X와 거의 동일하지만 키넥트, 가이드 설정이 있습니다.
가이드는 위에서 단자를 설명할 때 말했다시피 엑스박스 원을 TV처럼 사용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자체 TV 서비스가 있었지만 종료했습니다.
홈 화면(대시보드)은 시리즈와 동일합니다. 시리즈가 엑스박스 원의 대시보드를 그대로 사용하니까요.
첫 화면은 같은 느낌이지만 사용하면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더 느리죠. 메뉴를 둘러보거나 설정을 살필 때마다 조금 인내가 필요합니다. 게임이나 스토어는...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를 계속 업데이트하라고 나오는 오류는 동일합니다. 엑스박스라는 브랜드가 사라질 때까지 이어질 것 같군요.
시리즈에서 키넥트나 TV 기능을 사용할 수 없듯이 원에서도 시리즈만의 기능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시리즈에서는 게임 목록에서 퀵리줌을 별도로 보여주지만 여긴 없습니다. 홈 화면에 퀵 리줌 게임을 꺼내놓았다면 원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고 알려줍니다.
기이하게도 원에서 시리즈 게임의 다운로드를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다운로드 대기열에 추가되죠. 설치 순서가 되면 다른 방법을 사용하라며 설치되지 않습니다.
이럴 거면 시도도 못하게 해야지 이상하게 만들었습니다.
대기열 얘기가 나왔으니 말하자면 이전의 UI에서는 대기열을 게임 목록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게임 목록을 내리면 다운로드 중인 게임 목록이 나타났죠.
그런데 시리즈 출시 전에 다른 창으로 이동해야만 볼 수 있게 바꿨습니다. 귀찮은 일이죠.
저장 장치는 하드 드라이브 500GB지만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은 365GB입니다. 시리즈 S도 이렇죠.
어째서인지 원격 플레이(리모트 플레이)는 시리즈 X보다 선명합니다. 시리즈 X는 유선 인터넷, 엑스박스 원은 무선이고 시리즈 X를 무선으로 바꿔도 똑같았습니다.
찾아보니 엑스박스 원 X 등 다른 엑스박스 원 제품도 시리즈 제품보다 선명하다는 말이 있네요. 후속작에서 더 나아지기만 할 수는 없는 걸까요.
분명 원격 플레이 화면을 찍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나중에 찾으면 추가하겠습니다.
게임을 돌려보죠.
도넛 카운티 같은 저사양 게임은 아주 잘 실행됩니다. 로딩은 조금 느리지만 좋아요. 클라우드의 1080p 해당도보다 선명합니다.
포르자 호라이즌 5는 시리즈 X와 비교하면 꽤 차이가 있습니다. 일단 로딩이 매우 길고 화면도 좀 자글자글하죠.
SSD로 교체하면 좀 빨라지겠지만 아무리 SSD가 저렴해졌어도 이 제품보다는 비쌉니다.
이렇게 오래된 엑스박스 원을 살펴봤습니다.
사용하면서 시리즈와 눈에 띄는 기능 차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시리즈가 전체적으로 더 빠르고, 그래픽이 더 좋지만 홈 화면은 같고, 시리즈에 있는 오류가 여기도 있고, 퀵 리줌을 제외하고는 크게 다른 기능이 없습니다.
기기마다 UI나 기능이 크게 다른 경쟁사 기기와는 다르죠. 익숙한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새로운 걸 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말 드문 일이지만 클라우드로 게임을 한다고 이 제품을 찾는 경우가 있습니다.
스마트 TV로도 할 수 있고 TV 스틱 등도 있는데 의미 없는 일이죠. 10년 가까운 제품이라 언제 고장날지 모르고 공식 AS도 없습니다. 개인에게 수리를 해도 수리비가 기기보다 비쌀 겁니다.
다른 기능이 있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2023년에 2013년 제품의 게임 외 기능은 매우 빈약합니다.
블루레이? 이 제품은 1080p까지만 읽을 수 있습니다.
엑스박스 원 S부터 4K를 지원해서 그런 용도로 잠깐 관심을 받기도 했는데 진짜 블루레이 플레이어보다는 좋지 않았지만 가격이 저렴해서 소수에게 눈길을 끌었죠.
즉, 이 제품은 그런 용도로도 맞지 않습니다.
OTT? 한국에서는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만 지원합니다.
왓챠, 웨이브, 쿠팡플레이, 티빙 같은 거 안 됩니다. 미국에서는 애플티비 등도 지원하지만 그래도 적죠.
앱이나 엣지 브라우저로 사용하는 방법이 있는 듯 합니다만 그렇게까지 써야할 제품이 아닙니다.
키넥트? 키넥트는 음성 인식이나 과거 게임만 생각해야합니다.
유일하게 저스트댄스가 계속 출시했고 가장 인식률이 좋은 기기라는 평이었지만 작년부터 현세대 콘솔로만 나오고 있으니 현재 키넥트를 사용하는 게임은 단 1개도 나오지 않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5는 기본적으로 플레이스테이션 카메라를 지원하지 않지만 4에서 사용하던 걸 계속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엑스박스는 다릅니다. 아예 사용할 수 없어요. 엑스박스 원에서 게임을 도외시했다가 완전히 박살나고 트라우마에 걸렸는지 게임이랑 조금이라도 거리가 먼 기능은 다 없애버렸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5가 신기능이라고 소개한, 옆에 창이 뜨는 기술도 엑스박스 원에 있던 기능입니다. '스냅'이라는 기능이었는데 없애버렸죠. 개발자에게 다시 넣어달라고 하니 싫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다른 콘솔과 차이가 있는 게임 외 기능은 인터넷 브라우저 정도입니다.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스위치는 공식적으로 브라우저를 지원하지 않아서 조금 복잡하게 사용해야하는데 엑스박스는 공식 앱이 있습니다.
특별한 목적이 아니고서야 지금 이 제품을 구매하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엑스박스가 필요하면 엑스박스 시리즈 S, 어떻게든 저렴해야한다면 엑스박스 원 S가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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