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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콘솔

엑스박스 시리즈 S와 화면 분할, 그리고 발더스 게이트 3

by 사과향잉크 2023. 8. 26.

라리안 스튜디오의 대표인 스벤 빈케는 SNS에서 어제 엑스박스의 필 스펜서와 이야기를 나눴고 올해 엑스박스로 발더스 게이트 3를 출시할 방법을 찾아서 매우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엑스박스는 지금까지의 개선 사항을 적용하며 스팀과 엑스박스 간의 교차 저장(크로스 세이브)를 지원합니다.

그런데 눈에 띄는 부분이 있습니다. 엑스박스 시리즈 X와 시리즈 S 중 시리즈 S에서 화면 분할 기능을 제외한다는 점입니다.

 

화면 분할은 한 화면에서 2개 이상의 화면을 띄우는 것으로 2명 이상이 한 화면에서 같이 게임을 하는 로컬 멀티플레이입니다.

갑자기 문제가 된 이유는 발더스 게이트 3의 PS5 출시일이 공개되었을 때입니다.

PS5로 출시하는데 엑스박스로는 출시하지 않았는데요. 독점 계약을 한 것은 아니고 기술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동안 엑스박스판을 개발했는데 몇 가지 문제가 있었고 이를 해결할 올바른 방법을 찾지 못했기에 출시를 발표하기 어려웠다는 겁니다.

특히 화면 분할 기능이 문제로 시리즈 X와 시리즈 S에서 동일하게 작동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당시 회사는 출시하기 위한 요구 사항(requirement for us to ship)이라고 말했는데 왜 그런지는 말하지 않았음에도 모두가 엑스박스를 탓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스박스 두 기기에서 같은 기능을 요구하며 그렇지 않으면 출시할 수 없는 정책을 펼친다고 말입니다.

스벤은 직접 그렇게 말하지 않았음에도 이를 지적한 대표 인물이 되었습니다.

 

그 뒤로 IGN이 엑스박스 기술자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돕는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정확힌는 엑스박스 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 그룹의 기술자가 라리안이 발더스 게이트 3의 시리즈 S 버전을 처음부터 작업할 수 있게 참여했는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엑스박스는 답변하지 않았고 스벤 빈케는 그룹의 지원을 받았다고 답변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엑스박스 기술진이 라리안으로 가서 돕고 있다는 내용으로 퍼졌는데 나중에 스벤은 자신은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이후에는 시리즈 S는 이 기능을 넣기에는 성능이 부족한데 그런 주제에 같은 기능을 넣길 강요하는 엑스박스 정책 때문에 게임을 내지 못한다는 말이 널리 퍼졌습니다.

너무 퍼져서 이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인 스벤이 자신은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는 상황까지 오죠.

 

그는 불가능하다기보다는 시리즈 S는 단순히 더 개발에 노력을 해야하는, 더 최적화해야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습니다.

PC도 더 낮은 사양의 PC를 위해 작업해야하듯 시리즈 S도 더 작업이 필요할 뿐이며 지금은 그럴 정도의 자원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엑스박스 판매량의 대부분이 시리즈 S이며 회사가 이를 지원하는 건 합리적이라고도 했습니다.

라리안의 다른 직원 역시 이 정도 규모의 RPG에서 이루지 못한 일을 위해 열심히 작업하는 많은 기술진이 있다고 말한 바 있죠.

 

다른 인터뷰긴 하지만 그는 최적화의 예시로 스위치에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 2를 이식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을 예로 들었습니다. 

화면 분할을 넣을 수 있냐고 확신하는지 묻자 화면 분할 기능을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며 자신감이 있고 가능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큰 일이고 여전히 작업 중이며 최적화는 하나를 마치면 또 다른 게 생긴다고 말했죠. 그리고 메모리(램)이 많이 필요하다며 지금까지 시리즈 S에 불평한 다른 회사들과 같은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엑스박스와는 시리즈 S에서 화면 분할을 제거하는 방안을 타협안으로 고려 중이라고 말했는데요.

많은 이들이 엑스박스가 기능을 나누는 걸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출시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라리안도 이 기능을 빼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화면 분할 기능은 필수이며 이 기능 없이 출시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빼도 된다고 해도 그렇게 출시하기 싫다고 말했죠.

 

이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과거에 화면 분할을 지원하지만 지금은 지원하지 않는 두 시리즈가 있습니다.

헤일로와 포르자 모터스포츠입니다.

 

특히 전자는 직전 작품인 헤일로 5에서 캠페인(싱글 플레이) 화면 분할을 지원하지 않아 큰 비판을 받았고 이후로는 지원한다고 했는데요. 2018년에는 개발 중인 헤일로 인피니트에서 4인 화면 분할을 지원한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지원하지 않았고, 1년 뒤에 업데이트로 추가한다고 했지만 기술적 문제 때문에 그것조차 취소하였습니다.

그렇지만 당시에는 시리즈 S를 문제삼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개발사가 형편없기로 유명하기 때문에 개발사를 탓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발더스 게이트 3 이후로 또 하나의 게임, 포르자 모터스포츠가 화면 분할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발표합니다.

그러니 의혹이 커졌죠. 발더스가 시리즈 S가 문제라는데 그럼 이것도?

심지어 두 회사는 엑스박스의 자회사입니다. 가장 기기를 잘 알고, 가장 지원을 많이 받는데도 못 낸다?

포르자의 개발사는 새로운 그래픽 기능과 렌더링 엔진의 전면적인 개편에 많은 투자를 했는데 분할 화면은 구현하기가 너무 어려웠다고 합니다. 결국 기술적인 문제죠.

 

이렇게 3번이나 화면 분할이 기술적인 문제로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왔고, 기기를 특정하지 않은 두 회사와 달리 라리안은 명확하게 시리즈 S를 언급했으니 나머지도 시리즈 S 때문이라는 의견이 신빙성을 얻습니다.

그와 동시에 소수긴 하지만 발더스 게이트 3의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게임도 화면 분할을 넣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적인 의견도 있었죠.

 

하지만 결국에 시리즈 S에서는 화면 분할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최적화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PS5의 기간 독점이 길어지기를 원치 않아서인지, 불가능하기 때문인지는 모릅니다.

 

두 회사 중 모두 타협을 했다고 추정됩니다.

엑스박스는 기능 차이를 허용했고, 라리안은 이 기능 없이 출시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포기했습니다.

그렇게 넘어가는 줄 알았으나 필 스펜서의 발언이 또 다른 논쟁을 일으킵니다.

 

 

필 스펜서는 게임스컴에서 유로게이머와의 인터뷰를 진행했고 포르자 모터스포츠, 발더스 게이트 3의 화면 분할 문제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는 포르자 모터스포츠는 기술적인 제한과 관련이 없으며 개발진이 분할 화면 사용량을 보고 빼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기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지는 보고 실제로 사람들이 이용하는 기능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고 말이죠.

포르자 개발진은 구현이 어려워서 포기했다고 말했는데 필의 말을 보면 구현할 수는 있지만 어렵고, 그렇게까지 하기에는 사용자가 적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발더스 게이트 3에 관해서는 자사나 라리안이 동등성이라고 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자신들은 이야기한 적이 없는데 커뮤니티에서 말이 많이 나온다고 말입니다. 위의 스벤처럼 실제로 하지 않은 말이 퍼지고 있다고 말한 것이죠.

그러면서 시리즈 X에서는 레이 트레이싱을 지원하지만 시리즈 S에는 없는 게임을 예로 들었습니다. 자사조차도 두 기기에서 차이를 둔다며 동등성은 필수가 아니라고 말이죠.

 

그리고 라리안 등 개발사와 피드백을 받고 이야기를 나눴으며 좋은 해결책을 찾고 배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IGN과의 인터뷰에서도 개발자의 결정이며 기기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은 로컬 멀티플레이를 좋아하지만 사람들이 얼마나 이걸 이용하는지 자료가 있다고 했죠.

그리고 시리즈 X와 S는 기능 차이가 있으며 그걸 다룰 능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발더스 게이트 3에 관해서는 경쟁사에 나오지만 자사에 나오지 않을 뻔한 이번 경험을 통해서 배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리즈 X와 시리즈 S 두 기기에서 디아블로, 스타필드, 포르자가 잘 실행되기 때문에 치명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는군요.

 

그리고 위에서처럼 커뮤니티를 지적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커뮤니티에서 토론하는 내용 중 일부는 자사나 개발자에서 나온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이죠.

 

이후에는 필 스펜서의 동등성 발언이 논란이 되었습니다.

과거에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고 같은 게임을 즐긴다고 한 발언을 걸고 넘어지는 것이죠.

필의 발언은 발더스 게이트 3에 한한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이 발더스 게이트 3를 콕 집었고, 필이 라리안을 언급했으니까요.

그리고 발더스 게이트 3에 한해서 필이 동등성을 말한 기록은 찾을 수 없습니다.

 

엑스박스의 정책을 가져와서 반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엑스박스 콘솔 게임의 요구 사항을 보면 '콘솔 전체적으로 동일한 게임 모드를 제공해야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는 2가지 문제점이 있는데 먼저 '게임 모드'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는 겁니다. 요구사항에도 게임 모드가 무엇인지는 적혀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분할 화면은 당연히 모드라고 생각하지만 엑스박스 그렇게 여기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레이 트레이싱을 적용한 경우를 '레이 트레이싱 모드'라고 지칭하는 게임도 있는데 이건 다른 모드일까요? 이건 상세 내용을 알아야만 합니다.

두 번째는 결국 필이 동등성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말은 부정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찾아봐도 없으니까 그가 말하지 않은 내용을 가져오는 수밖에 없죠.

 

그와 다르게 라리안은 퍼블리싱 디렉터가 기능 동등성(feature parity)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두 기기에서 같은 기능이 있어야하기에 화면 분할 기능을 뺄 수는 없다고 말이죠.

그렇지만 위의 스벤이 말했듯 엑스박스의 요청보다는 회사의 목표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따질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단순히 필이 모르는 것일 수도 있거든요.

유로게이머 인터뷰를 보면 기자가 몇 달 전 소니가 발표한 기기인 프로젝트 Q(정식 명칭은 플레이스테이션 포털)에 대해 묻는데 필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몇 개월 전 경쟁사 소식도 모를 정도면 라리안의 발언을 모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과거로 돌아가면 엑스박스는 처음 시리즈 X와 S를 발표할 때 S로 최적화하는 게 쉽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개발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엑스박스가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인지 정말 몰라서였는지는 모릅니다.

엑스박스는 콘솔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기기와 게임이 같이 나오지 않은 콘솔입니다. 보통 게임기를 내면 같이 게임을 내는데 엑스박스는 없었죠.

즉, 개발진이 콘솔 출시 때까지도 전세대 게임을 이식만 할 뿐 콘솔을 많이 다루지 않아서 정확한 성능을 측정하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건 개발 도구입니다. 출시 직후 시리즈 X는 수치상 PS5보다 성능이 뛰어남에도 더욱 낮은 성능을 보였습니다. 개발자들은 개발 도구가 바뀌었고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기에 기존 도구를 사용하여 익숙한 PS5의 개발이 더 쉽다고 말했습니다.

안정화된 뒤로는 PS5와 비슷하거나 더 나은 게임이 종종 나오고 있죠.

엑스박스 산하의 게임 개발진도 같은 문제를 겪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최대한 엑스박스 측을 변호한 것입니다.

실제로는 그저 거짓말이거나 필은 기술적인 면을 잘 알지 못하고 전해들은대로 말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Q도 모른다잖아요.

 

 

엑스박스는 두 기기가 그래픽 차이만 있고 저렴한 가격에 차세대를 경험할 수 있으며 PC에서 그래픽 설정을 낮추는 것처럼 시리즈 S도 시리즈 X에서 낮추는 것이라고도 말했는데요.

역시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스벤이 말했듯 PC도 낮은 사양의 PC는 최적화하는데 더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이죠. 설정만 바꾸면 된다는 건 소비자의 시각입니다.

시리즈 S를 비판하는 개발자가 여럿 있었으나 스벤은 옹호하는 측임에도 이렇습니다. 스벤의 말처럼 자원만 있으면 최적화가 가능하며 다른 개발자나 커뮤니티의 반응처럼 불가능하지만 않다고 해도 최적화가 쉽지 않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는 거죠.

 

시리즈 S가 전세대 기기인 엑스박스 원 X보다 그래픽 성능이 떨어질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현세대 기기가 전세대 기기보다 성능이 나쁘다니 말이 안 되는 일이죠.

아이폰을 보면 아이폰 14는 아이폰 14 프로보다 성능이 떨어지지만 전세대인 아이폰 13 프로와는 같습니다.

만약 아이폰 14가 아이폰 13 프로보다도 성능이 낮으면? 그게 시리즈 S입니다.

 

스벤이 말했듯이 시리즈 S가 엑스박스 판매량의 대부분이라면 시리즈 S를 버릴 수는 없을 겁니다. 그래서 필도 버리지 않을 거라고 했고 곧 용량만 늘린 제품도 출시합니다.

필은 300달러 미만의 제품은 중요하며 시리즈 S는 X의 절반 가격이므로 S 구매자가 X만큼의 기능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게임 커뮤니티는 대부분 비난이지만 한국은 S는 커녕 엑스박스 구매자조차 소수이므로 실제 구매자의 의견은 보기 어렵습니다.

해외는 애매합니다. 시리즈 S를 내지 말아야한다는 의견도 많고 이렇게라도 하는 게 다행이라는 의견도 있고 혼합적이죠.

특히 이후 게임사들이 이렇게 힘든 작업만 나누면 괜찮지만 최적화가 귀찮다며 더 많은 기능을 나눌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또 동등성을 요구하지는 않았다지만 발더스 게이트 3는 큰 게임이기에 허용한 것이고 인디 게임이라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필은 이번 일로 배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엑스박스는 발더스 게이트 3는 시리즈 S에서 화면 분할을 지원하기 위해 라리안과 협력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 결과가 좋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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